山口生活 (2009) 특별한 선물 2009/04/20 13:31 by Lucapis



야마구치의 특별한 선물

 

야마구치에서 짧게는 한 학기, 길게는 1년이란 시간 동안 함께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는 뜻에서 환영식이 진행되었다. 공통교육관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는 다양한 외국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교 국제교류센터의 직원과 교직원, 그리고 야마구치 시 해외 교류 담당자와 마을 주민이 함께한 꽤나 큰 자리였다. 현 전체를 봐서도 꽤나 뉴스거리였던지, 좁은 강의실이 취재진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아무리 봐도 3천 만원은 족히 넘어 보였던 민방 HD 카메라는 좀 많이 탐이 났었다…. 방송국 3곳, 신문기자들로 매우 북적였다. 물론 환영식은 일본어를 기본으로 영어, 중국어로 다시 번역하여 들려주어서 진행 시간이 좀 더 걸렸다.


 간단히 야마구치의 특산품, 역사와 유적지에 관한 개괄적인 발표가 마치고 야마구치 시 주민들이 직접 제공한 생활 키트(라고 하면 좋을만한)들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그 안에는 정말 굉장한 것들이 들어있었는데, 내가 엄청 사고 싶어하던 세탁용 분말세제는 4달은 족히 사용할 분량이어서 좋았다. 만약 없었다면 당일 저녁에 아루쿠라고 하는 중형 마트에서 구입했을 것이다. 그것 외에도 휴대용 휴지, 2권의 야마구치 생활 가이드 북, 갖가지 여행 팜플렛, 우유비누(!), 치약, 칫솔, 타는 쓰레기만을 담는 쓰레기 봉투 등이 있었다. 특히 우유비누는 충격이었다. 대놓고 젖소가 그려진 비누를 쓰려니 꺼림칙했다.

 


키트 물품 중 하나인 '우유비누'. 진짜 젖소가 그려져있다.



 야마구치는 시골이다. 그렇다고 아주 작은 시골도 아닌, 난 아직 도쿄와 같은 대도시는 한번도 간 적이 없었으므로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는 잘 모르겠다. 넓은 땅을 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대부분 자전거나 경차 크기의 자가용을 몰고 다니는데 한국에 그렇게나 많던 중형차를 이곳에서는 무척이나 보기가 힘들다. SUV도 잘 없다.  대부분이 사각형의 박스모양과 흡사한 승용차다. 자전거는 거의 자동차처럼 취급이 되어서 경찰이 단속을 한다. 술마시고 타면 안되고 2명 타면 안되고 비오는날 우산 들고 타지 말고 비옷입고 타야 한다.

 

 오늘은 환영식이 끝나고 나서 잠깐 점심시간부터 시험이 있다는 3시까지 짬이 나서 학교 이곳 저곳을 사진기를 들고 돌아다녔다. 꽤나 큰 학교라서 한 바퀴를 다 돌려면 시간이 꽤 걸렸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떨어지는 풍경을 멍하게 보고 있었다.

 

J-CAT이라는 시험을 치러 공통교육관으로 향했다. 그곳엔 미리 도착한 학생들로 바글거렸다. 인터넷상으로 치는데, 문제의 난이도는 내가 생각할 때는 좀 어려웠다. 시험 전에는 모두들 너무 간만에 맞이하는 인터넷 환경에 정신이 팔려 짧은 시간 동안 급하게 자기가 알고 있는 온갖 소통을 진행했었다. 난 미투데이 했었는데 메신저도 안되고 해서 답답하긴 매한가지. 한국과는 자판도 달라서 맘껏 쓸 수도 없고 시험 전이라서 더욱 막막했다. 간만에 맛을 봤더니 정말 인터넷이 하고 싶어졌다.

 

시험결과는 꽤나 긴 시험시각이 끝난 바로 다음에 바로 집계된다. 눈앞에 점수는 아 크게 나쁘지도 않네였지만 사실 제대로 알고 넘어간 문제가 없었으므로 신빙성에는 조금 의심스러웠다……

 오늘은 온통 시험을 치느라 많이 지친 기색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근처 정식을 파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쉴 새 없이 그 동안의 소감에 대해 이야기 하느라 정신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 있고 한적한 시골길에 드리운 가로등 아래 간간히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학생들이 보였다. 그 풍경은 어디서 본 것 만 같아서 괜히 나도 추억에 잠겼다.

 

 10시에는 한국 유학생들이 모여 전 학기 선배들이 물려주고 간 물품들을 서로 나눠 갖는 시간을 가졌다. 대학원생인 한 분이 굉장히 책임감 있게 일을 진행해주어 굉장히 고마웠다. 나도 그런 선배가 되어야 할 텐데……. 4개월 정도 살 예정이므로 밥도 제대로 해먹지 않을 걸 지난 3년간의 자취생활에서 깨달았으므로 밥솥이나 조리도구들을 가지진 않았다. 간단히 컵과 접시들을 가지고 올라왔다. 한국외대와 공주대학생들도 함께 있었는데 매번 지나가다 이번에서야 제대로 말을 나눌 수 있었다.


 다음날은 제대로 개강이다. 첫 수업이 시작되는데, 제대로 강의실이나 찾을는지 모르겠다. 교수님께 사정을 말하고 수업 허락과 지도를 받는 것이 가장 큰 일이다. 한 학기 동안 어떤 수업을 들을지 수강신청을 해야 하는데 조금은 막막하다. 그래도 저녁엔 새내기들과 재학생들의 첫만남에 끼게 되어서 설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