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口生活 (2009) 일본의 제미 수업 (세미나 수업) 2009/04/22 17:39 by Lucapis

수요일 수업 중 '이문화간 교류연습'이라는 게 있다. 학과나 학교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연습'이 붙으면 내가 소속된 교육학부에서는 지도교수와 소수의 학생이 세미나 수업을 진행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시간표에는 다른 수업과 마찬가지로 1시간 30분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 수업이 더 길어질 수도 있고 게다가 금요일에 한번 더 수업을 진행한다. 에둘러 말하자면 3시간이다.


어차피 나는 외국인 신분이고 하니 같은 처지(..) 의 외국인 교수님의 수업을 듣기로 했다. 교수님 성함을 알아 듣고 남자분일거라 예상한 나는 교수님의 연구실로 들어서는 순간 뒤통수를 한대 맞은 기분이었다. 하이톤, 그리고 명랑한 여교수님이다. 교수님의 모국이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대충 기억나는 것으로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동유럽 국가'중 하나다.


오늘은 세번째 수업이었는데, 수요일과 금요일에 수업을 듣는 사람의 수가 다른 것이 좀 이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저번시간에 전언이 있었던 모양. 나는 저번 금요일 수업때 난 건강검진때문에 일찍 나가봐야 해서 못들었으므로 교수님께서 한번 더 말씀해주셨다. "수요일과 금요일 두 수업을 한꺼번에 들어야 2학점이 인정되고 둘 중 한번만 들을 시에는 1학점만 인정하겠다"는 것이었다. 좋은 소식일수도, 좋지 않은 소식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약간 사실이었다.난 이 수업이 있는 시각엔 늘 다른 수업과 겹치지 않으므로 매주 2회 수업에 참가하기로 했다. 묘하게 재미있기도 하다.


수업은 영어로 진행한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진행하는 것에 크게 걱정하지 말라 하셨다. 그러나 내게 질문 할 때 영어 문장을 어떻게 만들어나갈까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식은땀이 나는 걸 보면 이건 크게 걱정해야 할 일인 것 같다. 그나마 좀 더 묘사를 해보고 싶은 말이 나오면 일본어로 말하곤 하는데, 나와 수업을 듣는 친구들이 이해해주어 이럭저럭 넘어가고 있다. 민폐를 본의아니게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하다. 하지만 이번 한학기가 끝나고 나면 어느정도 구조를 갖춘 말을 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으므로 이번 기회를 빌어 열심히 연습 또 연습해야겠다.


결과적으로 '제미'(=세미나)수업인 이 수업은 학생이 졸업 논문을 작성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자유로운 주제 선정, 마치 티타임을 즐기는 듯한 수업 분위기 덕분에 그 부담은 한결 덜은 기분이다. 게다가 저번 시간에는 맛있는 딸기를, 이번 시간은 부활절을 맞이하여 이스터 에그를 마련해주셨다. 컬쳐쇼크까지는 아니었지만 학생을 위한 배려가 너무 감사했다. 달걀을 먹은 오늘은 작은 게임도 진행했다. 그러다가 식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그에 관련한 논문을 쓰는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 친구는 이번주에 '젓가락chopstick'에 관련한 중국과 일본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난 별 생각없이 쓰는 젓가락이었지만 오늘 수업에서 많은 대화가 오갔다. 그리고 유럽의 식문화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교수님은 모션을 제대로 보여주시므로 이해는 바로바로 될 수 밖에 없다.


오늘 좀 웃긴 이야기가 나왔는데, 교수님의 베란다에 비둘기 부부가 알을 낳아 곤란했다는 것이었다. 그때 당시 남학생이 피죤 발음을 멍하게 듣고있다가 무슨뜻인지 모르고있었고 마침 옆에 있던 여학생이 다시 가르쳐주다가, 포켓몬의 피죤을 떠올리고는 끄덕거렸다. 아무튼 나도 이틀 전 비둘기의 구구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던 터라 정말 남의 일 같지않았다. 그런데 이틀 전 강풍과 비가 몰아치던 날 작은 테이블 위에 있던 바구니, 그 안에 들어있던 비둘기 알이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고 했다....... 이런 별로 중요치 않은 이야기들까지도 풀어놓을 수 있는 수업이다...(....)


그러다가 한 사람씩 어느 정도 논문이 진행되고 있는지 들어보는 시간을 가진다. 자신이 현재 어떤 것에 대해 알아보고 있고 이해하였는지, 그리고 다른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모두 경청한 다음에는 엇나가지 않도록 다시 조언을 해주신다. 오늘은 사회과학 조사방법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전반적인 논문 작성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말이다. 


제미수업은 교수와 학생 사이에 친목을 다질 수 있게 되어 일본에서 수업을 듣는 3,4학년이라면 한번쯤 들어볼만 하다고 많이 들어왔다. 한국에서도 이와 흡사한 수업은 있을지라도 일본과는 또 다른 분위기라고 한다. 게다가 오늘 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이번 한학기로 이런수업을 듣는게 아니라 짧겐 1년에서 길게는 2년정도로 줄곧 이런식의 수업을 하면서 자신의 연구를 구체화 시켜나간다고 했다.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지만, 논문 작성에 있어 조금 욕심이 생긴 걸 보면 확실히 이 수업을 듣는 것이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