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집으로 돌아가는 새마을호 안 2009/09/15 05:50 by Lucapis

이 사진을 찍은 당시 시각은 9월 14일 6시. 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었다. 

기차 안 누군가는 숨소리 쉬쉬 내며 잠을 청하고 누군가는 동행하는 사람과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눈다. 간간히 철도 직원이 객차 안을 둘러보러 왔다 갔다 하고 멀리서는 갓난아기가 한시간 내내 칭얼거리기도 한다. 아무튼간에 새마을호는 KTX보다 자주 있지는 않은 기차고 아주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평일에 시간이 많은 남을 경우에는 꽤 탈 만 하다.

난 옆에서 한참 이야기 나눴던 처음 본 아주머니가 주무시자, 영풍문고에서 급하게 산 잡지를 뒤적거리다 3시간 40분 걸리는 지금 너무 긴 시간, 그 상황을 남기려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잡지는 내게 영감을 많이 준다. 잡지 속에 누군가의 사진이 있길래 나도 남겨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굉장한 장비도 아니고 한국에서 가장 흔한 브랜드의 가장 평범한 똑딱이로.


기차 밖 풍경을 봤다. 안개일까 밤안개 전주일까 싶은게 논위에 설렁설렁 늘어져 누워있었다. 하늘은 먹먹 기차안은 멍멍했다. 철컹 철컹. 사람들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사실 출발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엔 아주머니께서 이것저것 먹을 것을 나누어주셨다. 그러면서, 학생 난 괜찮지만 다른사람이 이런거 주면 막 먹고 그러면 안돼, 요즘 세상 무섭잖어. 하셔서 난 이걸 먹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했다. 잠시간 그런 생각 했던게 너무 죄송했다. 나 하나 주시고 아주머니도 그걸 하나 꺼내서 드셨으니. 어린 학생이 조심하라고 지나가는 말로 한건데 그걸 또 고민한 내가 바보였다. 의심병이란.


 난 고향과 학교가 멀어 장시간 차나 기차를 탈 일이 많은데, 그럴 때 백퍼센트까진 아니더라도 꽤나 많은 빈도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내게 먼저 말을 걸거나 하는 편이다. 게다가 먹을 것도 주고 말이다. 이번에 이야기를 하게 된 아주머니께도 이 사실을 말 하면서 '제가 불쌍하게 생겼는지 먹을 것을 이렇게 주실 때도 있어요'라고도 이야기했다. 대답은 '그냥 옆에 앉아있고 (양도 충분히 준비하다보니) 나눠먹는 것'이라고 그렇게 말씀하셨다. 아참, 그러고보니 먹을 것을 받았을 땐 고속버스안에서는 거의 그럴 일이 없었고 대부분이 KTX나 새마을호와 같은 기차였던 것 같다. 아무튼 생각 이상으로 많은 이야길 주고받고 나중엔 일본 손님과 통역까지 하는 상황(?)도 생겨 3시간 45분정도의 운행 시간동안 심심하진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버스는 정신이 없으니 그렇다쳐도 화장실이나 매점도 운영하는 기차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한결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정시 출발 정시 도착에서 편안함까지 느낀다. 그럼 자연스레 누군가는 자신과 꽤나 긴 시간을 함께할 옆사람에 대한 환상을 가지기도 할 것이다. 왜, 언젠가 아침 출근 버스에서 만난 여성이 너무 예뻐서 그 사연이 방송되기도 하고 그런걸 상상하면 장시간 운행하는 기차같은 경우엔 얼마나 더 설렐 것인가.. 그런 상상 한 적이 없다면 앞으로 기차를 탈 때 옆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해보도록 하자. 기차 타는 일이 좀 더 재미있어진다. 그렇다고 실망은 말고 말이다..


이전에는 버스 정류장에서 인천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서울행 버스를 운전하시는 기사님과 휴식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었고, 서울 시외버스에서 내 또래의 소녀와는 장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또 어떨때는 자기 연애사를 털어놓기도 했고 이번엔 전반적인(?) 이것저것을 나누었다. 참 그 짧은 시간동안 난 사실 멀미를 할때도 있지만 확실히 이야기하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사실 먼저 말을 걸거나 할 땐 왜 나한테 말을 거는걸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뭐 인상이 좋은건지는 잘 모르겠다만 내가 나를 봤을땐 그닥 그래보이진 않다..;;


대중교통 바로 옆자리 앉은 사람과의 인연은 한마디로 '이것도 참 인연인데-'다. 물론 마지막에 아주머니가 나보다 먼저 내리면서 그런 말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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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지노 2009/09/17 17:46 #

    글을 참 감성적으로 쓰시는 것 같아요.

    인연, 이라는 말. 글을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번, 화장실의 용품들에 관한 포스팅에 리플을 남겼던 지노 라고 합니다. 참, 님 블로그를 링크했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삭제를 하겠습니다.
  • Lucapis 2009/09/18 03:38 #

    눈에 익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이전 포스팅에서!
    정신없이 글을 쓴다는 이야길 듣는터라 사실 쓸 때마다 많이 고치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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