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설날 / 추억팔이 2015/02/22 19:13 by Lucapis

한살 더 먹었다.

철이 좀 들었는지 오랜만에 일기를 써야할 것 같아 오랜만에 이글루스에 온다.
역시 이글루스는 뻘글 쓰기엔 최적의 장소다. 싸이월드는 안가도 이글루스는 설날 고향같은 곳이니까 꼭꼭 찾아간다!
온다/간다 이거 잘못 쓴다고 엄마에게 자주 지적받는데 오랜만에 글 썼더니 아직도 헷갈린다ㅎㅎ

실질적인 설날연휴가 끝나고 주말이 시작되던 23일 새벽.
고향집에서는 잠이 참 잘 왔는데 그날따라 잠이 오지 않았고 괜시리 궁금해져서 작은 방의 문을 열었다.

내 학창시절의 기록들이 가득 차 있는 작은 방.
엄마도 나도 뭔가를 잘 모아두는 편인데 잘 버리진 못한다..(...)
덕분에 고이 보관된 학창시절의 (흑)역사들을 찾아보았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쓰는 역사도 딱히 백역사는 아니지만...
새벽이니까 누가 깰 세라 조심조심.

유학시절에 기숙사에서 자기 전에 쓴 가계부, 습관처럼 모아둔 영수증,
그리고 귀국하기 전 친구가 써준 편지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 보았다.
조금 특이한 나지만 나답게 잘 살아달라고 하는 내용인데 괜히 마음이 찡. 뜻밖의 힐링타임.

대외활동 할 때는 바쁘게 뛰어다니느라 당시엔 정말 정신없었던 것 같은데
이래저래 기록물들을 보니 왜 좀 더 잘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도 들었다.

대학교 1학년 때 같은 학과 친구가 조심스레 주소를 물어보고 보내준 안부 편지도 보았다
글씨가 또박또박했는데 글씨만큼이나 예쁜 친구였던 걸로 기억한다.
한번은 답장을 한 것 같은데 이어서 온 답장에 다시 답장을 쓰진 않았다.
내 게으름 탓..ㅠㅠ 한번 그 주소로 편지를 써볼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니 괜히 수줍어져서 마음을 접었다..

고등학생때 썼던 공책을 보다가 뒷쪽에 날림으로 쓴 소설도 보였다.
대략 내용은 재개발 이주민의 삶..........이었다. 뭐지 나는 왜 하필 이런 내용으로 글을 쓴걸까.

그리고 불현듯 떠오른 수 많은 사람들.
몇장의 단체 사진 속 사람들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몇몇은 결혼했을 테고 아마 잘 살고 있겠지.
오랜만에 고향에 가서는 친척들 만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늘어지게 게으름을 즐기다 왔는데
정작 동창이나 주변에 사는걸로 짐작되는 친구들에게 연락한번 더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그러고보니 학교를 졸업한 지 꽤 되었고 생각 이상으로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걸 실감했다.
글도 안쓰고 나이도 들었고 부족한 것도 딱히 없는 것 같은데 부족했던 그 때가 너무 그리워지기까지 했다.
지금은 마음이 병든 것도 같고 기운도 좀 빠진 것 같다.
순수한 것도 없고 행복한 것에 무뎌진 것 같다.


5일간의 설 연휴가 끝났다.
집에서 음악듣기 앱을 듣다가 양파가 다시 부른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
스윗소로우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괜히 서글퍼졌다. 이 노래가 이렇게 좋았던가.

어쨌거나 집에 돌아오니 다행히 집은 아무 탈 없이 잘 있었다.
빈집털이범을 조심하라고 엘리베이터에 공지문이 붙어있어서 겁먹었지만...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