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자취방 / 어머니 2007/08/14 05:25 by 루카피스


 자취하는 내 집에는 남은 레토르트 식품도 없었다. 자취방을 기숙사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더이상 장만할 수 가 없었다.
아니지, 실은 진작부터 반찬따위가 없었다.
있었다고 해도, 예전을 돌이켜보면 반찬의 대부분은 대개 방치해뒀기 때문에 반찬구실을 못했었다.

 더불어 몇 달 전에 버린 장조림 생각이 난다.
그녀석을 버릴 때 쯤, 나는 두가지의 감정이 복받쳤다.



첫번째, 귀찮아.

두번째, 엄마 보고 싶어요.



 귀찮았다.
귀하게 자랐다는 말은 내게 해당되지 않는 말인 줄 알았는데 자취 몇개월 하다보니 그 말은 바로 날 두고 하는 소리였다.
자취방을 구하고 부모님께서 내려가시자, 나는 빈 방에 홀로 앉아 삭막한 내 방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다.
어떻게 해야하나 너무도 막막했다. 청소는 했다 쳐도 집안살림은 왠만해서는 아무것도 못했다.

 그런 내가 학기 중, 대구 본가에 내려갈 일이 있었다. 몇일간 재미있게 지내다 올라왔다.
더불어 비싼 돈들여서 어머니께서 정성스레 만든 장조림을, 나는 5시간동안 차를 타면서 힘들게 자취방에 대령해놓았다.
첫번째 날, 두번째 날은 먹었다. 그 뒤로는 한동안 귀찮았고, 익숙하지도 않았고, 혼자먹는 밥이 너무 괴로워서 방치했다.



몇주일 뒤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보내준 장조림 잘 먹고 있니?"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작은 내 냉장고는 집에 있는 성능좋은 최신 냉장고가 아니었다. 금새 쉬어버렸다. 세상에나. 장조림도 쉬는구나. 이렇게.
결국 장조림을 통안에서 들어내고 버리기로 결심했다. 쓰레기봉투에 담겨 버리고 오는 순간에 괜시리 눈물이 났었지.
'그 뒤로 친구들이 반찬 갖다줄까?' 혹은 '왜 엄마에게 반찬 보내 달라구 안해?' 라는 말을 듣더라도 그냥 웃어 넘겼다.

 

 내가 자취하는 방으로 오기 위해, 대구에서 인천으로 출발하기 전날 부터 엄마는 날 위해 정성스레 장조림을 졸이고,
고기 한 점 한 점을 곱게 찢고, 식히고 통에 남아주셨다.
결국 인천으로 오기까지 내가 가지고 온 것은 장조림이 아니라 엄마의 정성이고 마음이었던 거다.
아 정말 내가 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이후로 반찬을 가져다 달라는 소리도 못했고 어머니께 해달라는 소리도 못했다.
 그저 한번씩 다녀오는 집에서 차려주시는 음식을 충분히 만끽하고 돌아오는 것으로 만족했다.

지금 나는 기숙사로 돌아가는 채비를 서두르려 한다.
육개월 동안 내게 있었던 나름의 시련들은 나를 좀더 성장시키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 사실은 확실하다고 내가 못박아 둘 수 있겠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나 장조림에 얽힌 이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덧글

  • 역시나그렇게 2008/02/04 15:00 #

    저도 엄마 보고 싶네요.. 링크 추가하고 싶은데 괜찮으신가요?
  • Lucapis 2008/05/08 01:09 #

    저땐 글도 많이 없어서 역저님(최근엔괜저님)이 괜찮을까? 했었습니다.
    최근엔 블로깅도 부지런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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